잘 알려지지 않은 오이란에 관한 20가지 사실

1. 오이란(花魁)은 요시와라 유카쿠(吉原遊廓)에서 지위가 가장 높은 유녀입니다.

요시와라는 지금의 니혼바시(日本橋) 근처 지역입니다. 유카쿠는 정부에서 인정한 유곽이었습니다. 그곳의 모든 유녀 중에서도 오이란은 가장 지위가 높은 유녀였습니다.

2. 오이란이라는 단어는 ‘오이라노도코로노네산’(おいらの所の姉さん)이라는 문장을 축약한 것입니다.

오이란이라는 단어의 기원에 관한 여러 설이 있습니다. 그중 한 가지 설은 위 문장에서 유래했다는 것입니다. 이 문장은 오이란을 위해 일했던 여성들의 말이라고 합니다. 간단히 번역하자면, ‘우리가 있는 곳의 맏언니’ 정도의 의미입니다. 결국 오이란이라는 단어는 요시와라 유카쿠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유녀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습니다.

3. 오이란은 요시와라 유카쿠에서 일했지만, 하리미세(張り見世)에 앉지는 않았습니다.

위 이미지처럼, 하리미세는 유녀들이 창살 뒤에 줄지어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일종의 매춘굴입니다. 유곽을 찾은 손님은 자신이 원하는 유조(遊女)를 고릅니다. 오이란은 그곳에서는 일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오이란의 서비스를 받는 것일까요?

4. 오이란을 부르려는 손님은 찻집인 자야(茶屋)를 중개자로 이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찻집에 오이란을 불러달라고 요청할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미리 돈을 많이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오이란과 즐길 정도로 충분한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그런 다음에야 오이란을 부를 수 있었습니다.

5. 오이란이 접대하는 자리에 불려 나올 때는 가무로(禿) 및 신조(新造)와 동행합니다.

이를 오이란 도추(花魁道中)라고 불렀습니다. 도추는 ‘도중’이라는 뜻입니다. 오이란은 시중을 드는 가무로 및 신조(뒤에 자세히 설명)와 함께 동행하며, 특별한 복색과 머리 장식(이 또한 뒤에 자세히 설명)을 합니다. 

6. 오이란의 접대를 받으려는 손님은 세 차례 이상 오이란을 만나야 했습니다.

먼저 오이란은 손님과는 멀찍이 떨어져 앉으며 손님과 함께 먹지도, 마시지도, 대화를 나누지도 않습니다. 이때 오이란은 손님이 자신의 접대를 받을 만한 사람인지 결정합니다. 손님은 다른 유조를 많이 불러 흥청망청 놀면서 자신의 부를 과시합니다.

7. 두 번째 만남에서 오이란은 손님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 앉습니다.

그리고 그게 전부입니다. 절차는 첫 번째 만났을 때와 똑같습니다. 오이란은 손님과 함께 먹지도, 마시지도, 대화를 나누지도 않습니다. 손님은 다른 유조를 불러 흥청망청 놀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권력과 부를 과시합니다. 

8. 세 번째 만남에서야 드디어 오이란은 손님을 접대합니다.

세 번째 만남에서 손님은 나지미(馴染み), 즉 낯익은 손님이 됩니다. 그 손님은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요리 접시와 젓가락으로 음식 대접을 받습니다. 손님은 나지미킨(馴染み金) 또는 오이란의 접대에 대한 대금을 치러야 했습니다. 

9. 오이란은 손님보다 사회적 지위가 더 높았습니다.

위에서 추론할 수 있듯이, 오이란은 일반적인 유조와는 반대로 자신이 받을 손님을 고를 수 있었습니다. 연회에서 오이란은 가미자(上席)에 앉고 손님은 시모자(下席)에 앉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사회적 지위가 더 높은 사람이 가미자에 앉습니다. 하지만 오이란에게 주어지는 이런 영예는 요시와라 유카쿠 안에서만 통하는 일이었습니다. 

10. 손님은 오이란과 직접 연락할 수 없었습니다.

오이란과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중간에 연락을 담당하는 사람을 통해서 그 의사를 전달해야 했습니다. 이런 사람을 야리테(遣手)라고 불렀습니다. 이는 오이란뿐 아니라 유조에게도 일반적으로 적용되었습니다.

11. 가무로(禿)는 오이란을 위해 매일 허드렛일을 하는 소녀였습니다.

대략 10세 정도의 소녀가 가무로의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들은 매일 담당 유조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했으며, 담당 유조는 가무로에게 유조에 대해 교육했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좌우에 있는 소녀들이 바로 가무로입니다.

12. 신조(新造)는 가무로보다 나이가 많고 유조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 소녀였습니다.

신조는 4가지로 나뉩니다. 반도 신조(番頭新造)는 유조가 되기에는 매력이 없거나, 유조였지만 이제 그 일을 하기엔 나이가 너무 많은 여자였습니다. 그들은 오이란의 시중을 들었습니다. 후리소데 신조(振琉新造)는 약 15~16세 정도의 예비 유조였습니다. 그들은 손님을 받지 않았습니다. 후리소데 신조가 나중에 오이란이 됩니다. 도메소데 신조(留袖新造)는 후리소데 신조와 같은 나이지만 높은 등급의 유조가 되지 못하는 소녀였습니다. 그들은 손님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이코 신조(太鼓新造)는 잠자리를 함께하는 손님은 많지 않지만, 다양한 재능으로 손님의 흥을 돋우는 데 뛰어난 유조였습니다. 그들은 연회에서 끼와 재능을 선보였습니다.

13. 오이란이 되기까지는 세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먼저 가무로부터 시작해서 후리소데 신조를 거쳐 마지막으로 오이란이 되는 것입니다. 오이란은 아무나 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육체적으로 매력적이고 강인하며 똑똑해야 했습니다. 

14. 일본 전국에서 소녀와 여자들을 발굴해 유카쿠로 끌어들였습니다.

유카쿠에서 일할 소녀와 여자를 찾으러 다니는 사람을 제겐(女衒)이라 불렀습니다. 소녀와 여자들은 그해에 벌 돈을 미리 받곤 했습니다. 사실, 말이 좋아 발굴이지 기본적으로는 인신매매였습니다.

15. 유조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말투를 만들어냈습니다.

유조는 일본 각지에서 왔기 때문에 출신지의 억양을 감추려고 구루와코토바(廓詞)라는 말투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잘 알려진 말로는 문장의 끝에 아린스(ありんす)라고 붙여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16. 오이란이 되려면 그에 따른 훈련을 받아야 했습니다.

오이란이 될 소녀는 가무로 시절부터 특별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수업은 고전 일본식 서예, 다도, 단카 시, 이고(囲碁, 전통 일본 바둑), 고토 및 샤미센(전통 일본 악기)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7. 오이란이 되려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야 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한 소녀에게 투자하여 오이란으로 키우기까지 많은 돈이 필요했습니다. 오이란이 된 여자도 자신의 시중을 드는 가무로와 신조에게 돈을 주고, 지낼 거처와 외모 유지에 필요한 비용도 스스로 지불해야 했습니다. 오이란이 되는 것도, 오이란과 함께 즐기는 것도 모두 평범한 농민들에겐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18. 오이란의 헤어스타일을 다테효고(伊達兵庫)라고 부릅니다.

오이란은 머리 양쪽에 간자시라는 머리장식을 세 개씩, 총 여섯 개를 꽂는데, 두 개의 간자시는 산호로 만든 것이고, 세 개의 간자시는 거북이 등껍질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머리카락은 머리 옆의 두 머리 묶음 안으로 잘 말아 넣습니다.

19. 오이란은 무거운 하이힐이라 할 수 있는 검은색 게타(나막신)를 신었습니다.

오이란은 오이란 도추 중에 산마이바 게타(三枚歯下駄)라는 게타를 신었습니다. 오이란은 이런 게타를 신고 하치몬지(八文字)라는 독특한 팔자걸음 스타일로 걷습니다. 하치몬지는 걸을 때 발을 안쪽으로 모으듯이 하여 걷는 방법이었습니다. 

20. 오이란 ≠ 게이샤

많은 사람이 오이란과 게이샤를 혼동하거나 반대되는 개념으로 헷갈려 하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존재입니다. 게이샤는 연회에서 일본의 전통 노래, 고토 또는 샤미센 악기 공연 등으로 손님의 흥을 돋우는 직업입니다. 반면 오이란은 에도 시대의 지위가 높은 유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