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사재기 현황: 일본 슈퍼마켓에서는 어떤 물건이, 왜? 품귀 현상을 빚고 있을까요?

일본 사람들은 사회 질서를 매우 잘 지키고, 타인에게 사려가 깊은 것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직면한 일본의 슈퍼마켓과 식료품점들은, 특히 바이러스 확산 초기에 사재기로 인한 생필품 부족 현상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난히 더 구하기 어려웠던 식품이 하나 있는데요, 사실 외국에서 온 사람들은 특유의 식감과 냄새 때문에 이 음식을 딱히 먹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널리 사랑받는 이것은 수요가 매우 높은 사재기 필수품 중 하나입니다. 무엇인지 예상이 가시나요?

바로 낫토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인해 구하기 매우 어려웠던, 그리고 지금도 퇴근 즈음 슈퍼에 가면 이미 품절돼 있을 정도로 여전히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아이템은 바로 낫토입니다. 낫토는 (바실러스 서브틸리스 Bacillus subtilis Natto), 즉 '낫토균'이라는 박테리아로 만든 콩 제품으로, 낫토균은 콩을 발효시켜 끈적끈적하고 미끈한 식감과 특유의 맛 그리고 실처럼 길게 늘어나는 점성을 형성합니다. 낫토는 흔히 간장 소스나 머스터드소스와 섞어, 있는 그대로 먹는 음식으로 흰쌀 밥, 토스트 한 조각, 파스타 등 다양한 요리에 잘 어울리기 때문에 아침식사로도 인기 만점입니다. 일본의 많은 식료품점에는 각양각색의 품종과 맛으로 구성된 낫토 전용 코너도 마련돼 있습니다.

왜 낫토일까요?

낫토는 프로바이오틱스 박테리아(앞서 언급한 낫토균)가 함유되어 있어 면역력 강화식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몇몇 저명한 과학 연구팀은 인간과 동물 모두를 위한 항균 보충제로 박테리아를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발발한 질병은 박테리아가 아닌 바이러스지만 면역체계를 구축해 준다는 점에서 면역력 강화식품을 섭취하는 것은 여전히 건강에 유익하며 일본에는 매일 낫토를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인해 왜 낫토 매출이 증가했는지 이제 이해가 가시지요?

게다가 인터넷상에는 낫토 속 박테리아가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에 좋다는 루머도 존재합니다. 어떤 이는 낫토 소비량이 높은 이와테현, 이바라키현 그리고 야마가타현 지역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 수가 극히 낮다는 것을 근거로, 낫토를 먹는 것과 감염 확산에는 상관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소비자원은 인터넷상 소문은 순전히 추측에 불과하므로, 마케팅 전략에 속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위 사진은 도쿄의 한 슈퍼마켓에 있는 낫토 진열대의 모습입니다. 노란 테두리의 안내문은 소비자에게 '면역력에 좋은 낫토를 먹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빨간색, 파란색 안내문은 낫토 구매를 가족당 2개씩으로 제한하고 있음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낫토 매출 증가의 또 다른 잠재적 원인은 1월 말 의학 저널에 발표된 연구와 관련이 있습니다. 이는 약 93,000명의 일본인을 대상으로 낫토, 미소, 두부 같은 콩 제품의 소비와 사망 위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한 내용으로, 연구 결과 낫토, 미소, 두부를 많이 섭취한 사람들은 대조군에 비해 사망 위험이 10%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연구한 사망 원인 중 호흡기 질환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일부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와 연관 지어, 낫토 섭취가 사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 낫토 사재기로 이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낫토가 정말 항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평소보다 더 많이, 자주 낫토를 사고 있습니다.

그 외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다른 품목은 무엇일까요?

5월 초, 기사를 작성하던 무렵 대부분의 슈퍼마켓은 저녁 늦게 가면 여전히 빈 선반만이 반겨주었지만 그래도 재고 상황은 제자리를 찾은 듯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처음 확산되기 시작했을 무렵이나 긴급 사태가 처음 선포됐을 때는 낫토 말고도 선반을 채워 넣기가 무섭게 금방 재고가 없어지는 품목이 많이 있었습니다.

 

화장지와 기타 위생용품

다른 많은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초기에 일본 슈퍼마켓의 선반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진 품목은 바로 위생용품입니다. 제일 먼저 화장지 그다음에는 티슈와 키친타월, 그 후에는 여성 위생용품과 기저귀 순이었습니다.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 사재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어느 곳에서도 페이퍼 제품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일본의 위생용품은 대부분 일본 국내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사재기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후 위생용품 품귀 현상은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인스턴트 라면

보통 일본 슈퍼마켓에는 인스턴트 라면만으로 가득 찬 '라면 진열대'가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후로 이 라면 진열대도 텅텅 비게 되었습니다. 인스턴트 라면은 유통기한이 길어 생존 식품으로 안성맞춤일 뿐만 아니라, 끓는 물만 있으면 쉽게 만들 수 있어 매우 편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외식 대신 집에서 쉽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을 집에 비축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슈퍼마켓의 라면 진열대는 바닥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마스크

전 세계적으로도 마스크 품귀 현상은 매우 심각한 사안입니다. 일본 사람들에게 마스크는 일상생활의 일부분으로,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감기 확산 방지나 계절별 알레르기 예방 혹은 화장하기 싫은 날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 등 다양한 이유로 마스크를 사용해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스크는 슈퍼마켓, 약국, 편의점 등 거의 모든 곳에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도 저렴하고 구입도 매우 쉽습니다. 그래서 처음 마스크 품귀 현상이 빚어졌을 때 대부분의 일본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마스크 한 상자를 손에 넣기 위해 오픈 시간 전부터 매장 밖에서 줄을 서기도 했습니다. 5월에 들어선 지금, 일회용 마스크는 여전히 대부분 품절 상태지만 그 대안으로 많은 사람들은 집에서 만든 천 마스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육류

일본 사람들도 고기를 즐겨먹으며, 다른 나라들처럼 이런 비상 상황이나 중요한 명절이 다가오면 식료품점에서 가장 먼저 매진되는 품목도 바로 육류입니다. 평소라면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쇼핑했을 사람들이 일본의 외출 자제령 기간 동안 집 근처 슈퍼마켓으로 쇼핑 장소를 옮긴 듯하니, 증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육류 재고가 많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밀가루, 이스트 그리고 각종 베이킹 재료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거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일본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낼지 궁리하다가 결국 베이킹을 하겠다고 결심한 듯합니다. 그 결과, 식료품점에 구비돼 있던 밀가루를 비롯한 많은 베이킹 재료들은 전보다 빠른 속도로 품절되었습니다.

알코올 소독제, 쌀, 파스타, 생수 등등

그 밖에 사재기로 인해 품귀 현상을 빚은 품목으로는 알코올 소독제, 쌀, 파스타, 생수, 요구르트, 냉동식품 그리고 인스턴트 카레와 수프 등이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알코올 소독제의 대용으로 도수가 높은 술과 일본 술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부족 현상은 대부분 오래 지속되지 않았지만, 알코올을 함유한 소독제는 아직까지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품귀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마치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낫토를 먹으며 집에만 머물고 있는 실정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일본 슈퍼마켓과 식료품점의 재고 상황은 안정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빠른 시일 내에 알코올 손 소독제도 다시 구비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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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모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