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리포트】코로나 시대를 지내는 재일 한국인들의 모습
코로나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며 일본은 전국에 긴급사태 선언을 해제함과 동시에 국내 이동과 야외 외출에 제한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입국금지 국가로, 재일 한국인들은 내 나라에 돌아가지 못한 채, 가족들과 떨어져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도쿄 한국인 모임이라는 커뮤니티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사연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들, 직장인,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이 시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리얼하고 다양한 사연들을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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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되는 재입국 금지, 모친상에 참가 못한 불효자
조부, 조모는 둘째치고 부모가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한 사람이 그룹에서 확인된 것만 다섯 분이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러한 사연이 그룹에서 처음 알려져 NHK, KBS에 보도되며 양국에서 이슈화되었고, 결국 국회에서 비인권적인 대처가 문제시되어 제한적으로 재입국을 허용하는 조치가 이루어졌습니다.
NHK와 KBS에 보도된 사업가분은 이러한 구제 조치로 49재에는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커뮤니티와 여론, 미디어의 순기능이 발휘된 큰 사건이었습니다.
도쿄 한국인 모임(東京韓国人会) Public Group | Facebook: https://www.facebook.com/groups/dohanmo/
현대판 이산가족, 가족, 연인과 생이별을 당한 사람들
제 사연을 소개해드립니다. 저는 올해, 2월 25일 서울에서 첫 아기가 태어나고 3월 15일 귀국 예정이었으나, 느닷없이 귀국편 비행기가 결항되었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일본에서 입국을 제한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저는 28일에 서둘러 혼자 입국하였습니다. 아기는 3일만 본 채, 못 만난 지 4달째가 되고 있으며, 백일잔치 참석은커녕, 와이프는 남편도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한일 관계, 정치적인 문제도 더해져서 언제 재입국이 정상화될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올가을쯤 재개될 전망이라는 뉴스도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와 같이 막 태어난 아이를 못 만나고 있거나, 일본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던 기러기 아빠, 일본에 있는 애인과 떨어져서 애태우는 한일 커플들 등, 현대판 이산가족이 된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워킹홀리데이나 유학의 무기한 연기, 면접과 내정 취소 등, 인생 계획에 큰 차질을 입은 젊은이들
일본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한국과 가까워서 유학, 취업처로서 인기를 모으고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IT 업종을 중심으로 해외 취업이 대세가 되며 일본 취업을 준비하던 사람들이 많았지요.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막히며 계획에 큰 차질을 입은 젊은이들이 많았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올 상반기에 워킹 홀리데이, 유학이 예정되어 짐을 싸고 있던 사람들 혹은 채용 박람회 등을 통해 일본 회사에 면접이 예정되었거나 입사 확정을 받았지만 면접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입사가 취소되어 허탈하다는 사람들의 글이 현재도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국경이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강제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취업난을 피해 일본에서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휴지/마스크 난민의 탄생, 아베노마스크와 일본에 대한 실망감 표출
긴급사태 선언으로 외출이 제한되고 휴지를 사기 어려워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때 휴지를 구하지 못해서 애태우기도 했습니다. 저도 아침부터 집주변 가게를 다 돌았지만 구하지 못했고 그룹에는 어디에 가면 휴지를 살 수 있나, 어디에 재고가 많다는 등, 휴지를 찾아헤매는 난민들이 속출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생명과 직결되는 마스크 부족도 큰 문제였습니다. 현재는 다행히 많이 해소된 상태이지만 휴지와 마스크를 살 수 없는 황당한 사태 속에서 마음을 졸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스크 부족을 해소한다며 정부가 천 마스크를 만들어서 전 국민에게 두 장씩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이 마스크는 현재까지도 받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마스크 자체도 너무 작고 두꺼워서 숨쉬기가 불편하다는 등, 성토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노마스크는 실패한 정책이다, 세금 낭비였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입니다.
이번 거대한 재난은 일본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부는 올림픽에 급급하여 적극적으로 PCR검사를 하지 않거나, 국민에 대한 지원책이나 방역대책이 느리고 허술하여 일본 정부는 물론 일본 자체에 실망을 해, 한국으로 귀국하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생계가 곤란해진 사람들
시프트가 줄거나 아예 직장을 잃거나 자영업자들은 무기한 휴업하는 등, 생계 문제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국 거주민에게도 큰 피해를 끼쳤습니다.
4월 초, 그룹에는 오래 경영해 온 신오쿠보 야키니쿠 가게를 무기한 휴업한다며 가게의 재료들을 무료로 드리겠다는 사장님의 글이 올라온 적이 있었습니다.
치즈 닭갈비와 핫도그로 훈풍이 불고 있던 신오쿠보는 재차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며 가게 문을 닫거나, 한국어 학교를 처분한다며 인수할 사람을 찾는다는 투고도 있었습니다.
또한, 온천을 테마로 한 관광업을 막 시작했던 젊은 사업가도 큰 타격을 입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거나, 일이 급감한 아이 아빠는 구청에서 상담을 통해 주거비와 생활비를 지원받았다는 정보가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은 아르바이트하던 가게가 폐업했지만 구인도 없어서 아르바이트를 못하게 됐고, 직장인은 보너스가 없어져서 연봉이 줄었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비싼 집세와 세금을 내면서 생활하는 학생, 젊은 사회인 층이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음식 레시피 공유, 집에서 운동 등 자가격리 생활 속 한인들의 모습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고 긴급사태 선언으로 자가격리 기간이 늘어나면서 그룹에도 다양한 집밥 레시피, 매실주, 김치 담그기 등 요리 관련 정보가 많이 올라왔습니다.
특히 때마침 한국산 김치 광고가 도쿄 거주민들의 큰 관심을 끌며 그룹이 김치, 배송에 관한 문의로 도배되다시피 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타지에서 생활할수록 김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울푸드란 점을 상기시켰고, 격리 기간이 길어지며 한국 음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음식이 배달되는 가게 정보 공유, 백엔숍 탁구채로 집에서 탁구하기 등 우울해지기 쉬운 격리 생활을 이겨내기 위한 정보도 많이 올라왔습니다.
마치며
코로나라는 전에 없던 사태로 많은 재일 한국인들이 이산가족이 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비싼 집세와 세금,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 유학생과 젊은 사회인 계층은 부담과 어려움이 가중되며 귀국을 고민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코로나 사태는 이러한 어려움을 감내하며 일본에 있어야 하는 이유, 메리트는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기사 내의 정보는 공개 시점의 정보입니다.